퇴직연금 중도인출과 분리 개정 권고: 간결한 팩트 체크, 신랄한 비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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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중도인출과 분리 개정 권고: 간결한 팩트 체크, 신랄한 비판론

by 솔타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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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중도수령이 제한된다면, 그리고 2개로 분리된다면


퇴직연금 수익률이 왜이럴까 (출처 : 서울경제)

얼마 전 퇴직연금 일시금 중도인출이 제한되고, 연금 방식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국회에 권고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퇴직연금이 두 개로 분리된다는 권고안을 다룬 기사도 있었습니다. 국민연금 고갈 방지를 위해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화제가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말이죠. 소중한 내 연금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무엇이 팩트인지, 기사와 자료를 찾아본 기록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퇴직연금 중도인출 제한은 어떤 법안인가

국민연금 재정수지 추산 (출처 :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이미 아시겠지만, 국민연금 기금은 약 2054년경에 고갈 예정입니다. 국민연금 수급, 지급 모델이 현재의 인구 구조와는 매우 거리가 있기 때문이죠. 관련 글은 아래 짧게 포스팅해 두었으니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2023 인구절벽의 나비효과와 전망 : 국민연금의 안녕을 묻다

우리 세대는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해 소비시장 위축, 정년 연장, 외국인력 고용 확대 등의 안건이 진행된다는 것을 저번 포스팅에서 설명했습니다. 인구

saltedtime.tistory.com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는 퇴직연금의 연금 노후 소득 보장 역할을 강화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적립금 수익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축적해야 하기 때문에, 중도 인출을 더욱 제한하고 연금 목돈의 양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죠.

 

팩트체크 1 : 퇴직연금 중도인출 제한은 현재 권고안이며, 2월 말 권고안을 제출하게 됩니다.

 

중도인출 제한 이외에도 몇 가지 사안을 설명해 볼까요. 권고안에 담기지 않은 것 중 '퇴직금 전환제'가 있습니다. 퇴직연금의 기여금 일부를 국민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인데, 근로자 입장에서는 내 퇴직연금을 빼서 내 국민연금으로 넣는 조삼모사가 되는 것이죠. 국민연금에 대한 수령 전망이 악화되는데, 근로자의 목돈인 퇴직연금을 개정하는 법안이라 굉장히 예민한 문제인 만큼 제외되었다고 보입니다.

 

또 다른 사안은 기초연금의 향상입니다. 현재 월 32만 3180원인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국민연금의 소득 비례 부문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연계 감액 제도'는 폐지하는 방안이 권고안에 담깁니다. 이 제도는 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액이 줄어드는 것을 말합니다. 자문위는 이러한 제도가 국민연금 장기 가입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저하시킨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을 살펴보니, 근로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라도 개정이 필요한 만큼 연금 기금은 절박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퇴직연금이 두 개로 분리된다고?

민간자문위원회는 퇴직연금을 두 개로 분리하는 권고안을 마련했죠. 무슨 뜻이냐면, 관련 기관과 위원회가 근로자의 퇴직연금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목돈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놀고 있는 돈으로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현재 회사는 직원 월급의 8.3%를 퇴직연금으로 적립하는데, 이 중 3~4%를 분리해서 기관에 운용을 맡기고 퇴직 후 한 번에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팩트체크 2 : 퇴직연금 분리는 회사에서 지급하는 금액의 절반을 기관에 운용을 맡기는 안건이며, 2월 말 권고안 제출 예정입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국민연금공단에서 투자로 수익을 내고 있는데, 퇴직연금의 경우 근로자의 즉시 사용가능한 돈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퇴직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언제 사용할 지 모르는 중요한 돈인데, 수수료를 내면서 혹시 모를 손해를 걱정하느니 원금 그대로 두는 게 마음이 놓이죠.

 

그러나 현재가 어떤 상황입니까. 연금 기금의 고갈, 인구 역피라미드구조의 심화, 경제 침체로 인해 기관에서는 당장에라도 투자금을 확보해서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2022년에는 퇴직금을 일시 지급 대신 IRP계좌로 받도록 개정하고, 올해는 기존의 제한을 더욱 강화하는 권고안을 내놓았습니다.

 

퇴직연금이 이처럼 두 개로 분리되면, 퇴직금 목돈을 일시에 수령하여 기금이 고갈되는 문제 또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퇴직금을 수급하는 사람들 중 연금수령은 5%, 나머지 95%는 일시금으로 받아가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연금을 분리할 경우 회사에서 적립하는 금액의 절반을 가지고 투자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요.

 

 

 

고생해서 받은 내 돈, 내가 굴릴 건데?

분노한 직장인의 모습이다

 

자문회의 권고안이 이렇게 화제가 되며 직장인의 분노를 부른 것은, 퇴직금이 갖는 큰 의미 때문입니다. 퇴직금은 근로자가 회사에서 자신의 그동안 일했던 시간의 대가입니다. 그리고 퇴직하는 본인의 인생 2막을 위해 필요한 중요한 돈이기도 하죠. 새로운 진로를 위해 공백기를 가지며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생활비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2021년 퇴직연금 해지 통계 결과 (출처 : 통계청)

 

퇴직연금 중도인출이 제한될 수도 있다 (출처 : 서울경제)

 

통계청에 따르면, 퇴직연금의 해지로 가장 많이 꼽히는 이유는 주거 임차 또는 구입입니다. 거주를 위한 목돈으로 사용하기 위해 해지하는 것이죠. 최근 부동산 시장을 생각해보면, 단순 자금을 운용하는 것보다 부동산 시장을 잘 타는 게 훨씬 수익률이 높았을 정도니까요. 지금 사지 않으면 더 이상 집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언제 받을지도 모르는 퇴직연금을 저울질해 보면 퇴직연금수령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이렇게 중요한 목돈인 근로자의 퇴직금을 중도인출 제한하여 연금으로만 수령하게 한다면, 매우 매우 반발이 심하겠죠.

 

 

신랄한 비판론 : 그 퇴직연금 개정, 누구를 위한 겁니까?

직장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이유 중 또 하나는 현재의 개정안이 지금 세금을 내고 있는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수십 년이 흘러 지금 세대가 연금을 지급받을 시점에는 그렇게 되겠지만, 현재의 개정은 순차적으로 연금을 지급받을 세대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20~40대 계층은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퇴직연금 개정권고안 중, 중도인출 제한에 대한 의문점을 몇 가지 정리했습니다.

 

의문점 하나 : 퇴직 후 연금수령까지의 노후 공백은 어떻게 감당할 생각인가.

한국의 정년은 만 60세입니다. 연금 수령은 올해 기준 만 63세부터 가능하나 가능한 한 늦게 받도록 개정하고 있죠. 10년 뒤인 2033년에는 만 65세부터 가능한데, 이를 2년 늦춰 만 67세부터 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정년이 만 60세라고 해서, 모든 기업에서 정년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지는 않는 법입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정년이 연장된다고 해도 안정성까지 보장하리라는 장담은 하지 못합니다.

 

의문점 둘 : 인생 2막을 위해 사업자금, 집값, 목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

퇴직금이 연금기능을 대폭 강화하여 수령이 매우 까다로워진다면, 퇴직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은퇴 후 창업, 새로운 교육, 주택 비용 지불은 어느 돈으로 할까요? 대다수가 퇴직금으로 받은 목돈입니다. 현재 당장 목돈이 필요한데, 나중에 나이가 들고 만 65세가 넘어서 그 돈을 수령한들 어느 사람이 기뻐할지 잘 예상이 가지 않습니다.

 

의문점 셋 : 말이 퇴직연금이지, 근로자가 그동안 받은 퇴직금은 개인의 돈이 아닌가.

반발이 거센 이유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말이 퇴직연금이지, 퇴직연금의 인식은 사실상 긴 노동을 끝마친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나의 소중한 퇴직금입니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내 노동의 결과물인 것이죠. 퇴직연금 개정이 매우 민감한 부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의문점 넷 : 현재 개정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우리 세대가 미래 제대로 된 연금을 받는다는 확신이 있는가.

현재의 개정을 마치고 순차적으로 연금지급을 위한 불을 껐다고 가정해 봅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를 앞두고 이 개정이 충분할까요? 개인적인 생각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구 역피라미드 구조, 저출산 고령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시장 축소는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구조로 봤을 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즉, 1차 개정에 개정을 더해서 최소한 3차 개정까지는 완료되어야 현재 세대가 정상적인 연금 수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연금 수급 나이는 점점 늦춰지며 10년 뒤 만 67세가 받는다면, 20년 뒤는 만 70세가 되어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젊을 시기에 필요한 목돈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나이가 든 만 70세에 돈을 얹어 받아도 만족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마치며


연금은 매우 예민한 문제입니다. 은퇴 이후 노후보장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한국의 현실에서, 꼬박 꼬박 명세서의 큰 폭을 차지하고 있는 항목이죠. 다루기 매우 조심스러우나 한 번쯤 짚어보아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2월 말 권고안이 제출되니, 늦어도 3,4월이면 권고안에 대한 처리와 반응을 다시 기사로 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힘든 시기일수록 최소한으로라도 각자도생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자료출처 : 서울경제<[단독] "퇴직연금, 일시금 수령 막고 중도 인출도 제한">

mbc뉴스데스크<[단독] "퇴직연금, 두 개로 분리"‥자문위, 사실상 합의>

sbs<국민연금 '더 오래 더 많이' 낼 듯…67세부터 수령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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