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보상 추구 사회가 강박을 낳다
숏폼 비디오 플랫폼은 출시 7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사회 문화적으로 빠르게 침투하여 글로벌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틱톡을 필두로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미디어와 광고 매체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했죠.
이처럼 짧은 영상, 숏폼 플랫폼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1인 미디어, 1인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개인 브랜딩이 손쉬워졌습니다. 작은 기업들도 알고리즘을 잘 타면 큰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죠.
부정적인 측면은, 숏폼 자체의 특성과 관련된 대중의 의식 변화에서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꼽는다면 즉각적인 보상 추구, 그리고 사회의 강박 증세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숏폼 플랫폼의 확산으로 사회가 받을, 우려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즉각 보상 추구 사회
즉각 보상이란 현재 시점에서 빠르게 얻어낼 수 있는 보상을 말합니다. 온라인 내 숏폼 비디오는 보통 10분 내외로, 다양한 정보를 10분이라는 시간 내 압축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내가 원하는 정보, 또는 자극을 10분 내외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뇌의 보상회로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특정 행위를 할 때 보상회로가 반응하면서 도파민을 분비하고, 우리는 도파민에 의해 즐거움을 느끼죠. 그리고 더욱 강한 자극을 원하면서 행위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이클이 중단되었을 경우 도파민 분비가 저하되면서 금단현상이 나타납니다.
숏폼 비디오 플랫폼의 확산은 대중의 인내심이 짧은 영상 하나의 길이 정도를 감내하도록 만듭니다. 짧고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진 사람은 그 이상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매체를 접하기 어려워합니다. 항상 10분 내외로 원하는 보상과 재미를 얻을 수 있었는데, 갑자기 1시간 이상 집중해야 하는 일이 주어진다면 흥미와 수행 의지가 떨어지겠죠.
현대사회는 즉각적인 보상을 강하게 추구하는 사회입니다. 미디어는 이러한 대중의 반응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형태를 변화시킵니다. 매우 보수적인 조직의 전략을 바꾸어 놓기도 하죠. 몇 가지 예시를 보겠습니다.
바이든, 틱톡 크리에이터를 백악관에 초대하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11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악관으로 틱톡 크리에이터들을 초대했습니다. 이들의 영향력을 매우 잘 알고 있기에 내린 전략이죠. 젊은 층이 뉴스와 정보를 얻기 위해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플랫폼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고, 인플루언서들은 플랫폼 내 자신의 팔로워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국회 의사당 투어,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기자회견과 함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도 대화시간을 가졌고 일 대 일 틱톡 영상을 촬영했다고 합니다.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가져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카드뉴스 시대
몇 년 전부터 카드뉴스가 급격하게 성장하더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도 자주 보이더군요. 카드뉴스는 줄글과 그래프로 이루어진 장문의 뉴스를 이미지 세네 장에 담아 만드는 짤막한 뉴스입니다. 이미지 위주의 플랫폼에서 이목을 끌어모음과 동시에 흥미를 유발해 대중의 관심을 조금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강박 증세 사회
현대인들은 시간 부족에 시달립니다. 문명의 발전이 사람들을 산업혁명의 긴 노동시간에서 해방시키고,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왔는데도 말이죠. '긴 노동시간에서 해방'이라는 단어를 타이핑하며 잠시 양심의 가책이 있었습니다만 역사를 되돌아보았을 때 노동시간이 단축된 것은 사실입니다. 산업혁명 시기 영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10-16시간이었으니까요.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는 '시간만 있었으면, 시간이 없어서, 시간이 부족한데' 라는 말을 달고 삽니다. 여러분 모두가 아시겠지만 현대사회는 경쟁사회로,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직접 생산성을 창출해내지 않으면 일상을 이어나가기가 힘듭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의 노동력으로 바꾸고, 남은 시간은 능력 계발에 투자하거나 휴식하기에도 바쁘죠.
현대인들은 짧은 기간 내 몇 번씩 산업과 국제 정세가 변화하며, 글로벌화로 인해 세계 이슈가 국내 산업과 문화 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또한 소셜미디어, SNS의 발달로 다른 나라의 이름도 몰랐던 사람이 오늘 했던 일을 내 방에 앉아서 옆에서 보는 것처럼 소식을 들을 수 있죠.
타인의 성공, 성취가 스포트라이트처럼 빛나는 소셜 플랫폼은 비교와 열망을 낳습니다. 스타처럼 선망을 갖고 팔로잉하거나, 자신 또한 능력을 키워서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나 또한 새로운 소식을 빠르게 습득하고, 유용한 지식을 배우면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가벼운 강박을 심어주죠.
정상 궤도를 강조하는 사회가 숏폼 플랫폼 중독을 부른다
현대 사회, 특히 한국의 사회는 강박증을 강화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대 별로 보편화된, 표준의 정상 궤도가 존재합니다. 해외에서 잠깐 생활해 보니 그 차이가 더 느껴지더군요.
10대에는 수능 공부에 매진하고, 20대에는 좋은 대학에서 교육을 받으며 대기업에 취직하고, 30대에는 연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고, 40대에는 기업 내 필요 인력으로 인정받으며 최소 자가를 마련하고, 50대에는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독립시키며 부동산 투자 등으로 안정적인 노후 준비에 성공하고...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트렌드와 생존 경쟁, 타인의 성공과 능력 계발 추구,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다는 약한 죄의식이 신속한 스트레스 해소 요구와 함께 무언가를 끊임없이 머릿속에 넣어 지식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이어집니다.
적당히 유익하고, 가벼우며, 무언가 알게 되었다는 자기 효능감 또한 존재하고, 스크롤링과 스와이핑, 슬라이딩처럼 적절한 손가락 운동도 지닌 즐겁고 재미있고 중독적인 플랫폼이 현재 현대인들의 가장 친숙한 취미인 숏폼 영상 시청인 것이죠.
반론: 숏폼 플랫폼은 지식의 대중화를 가져왔다
문해력과 미디어에 집중하여 포스팅을 끌어나가다 보니, 부정적인 점을 주로 기술하게 되었습니다. 숏폼 플랫폼의 모태인 비디오와 같은 영상 매체는 전문성 있는 지식을 쉽게 풀어나감으로써 교육의 문턱을 낮춘 장점 또한 존재합니다. 쉽고 빠르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시공간적인 제약을 뛰어넘음으로써 교육의 질적인 향상을 가져오기도 했죠.
숏폼 플랫폼은 개인의 브랜딩을 쉽게 만듦으로써 새로운 시장 창출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새로운 가치와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개개인도 온라인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크게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현대의 문해력 논란은 이전 한자교육의 폐지와 연결짓기도 합니다. 한자 교육은 폐지되었다가 현재 부활했습니다만 시간이 흐르고, 매체가 변화하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들의 변화 양상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문해력 논란에서 시작한 주제가 숏폼 비디오 플랫폼과 현대의 강박 사회까지 이어졌습니다. 사회의 각기 다른 이슈는 사실 살펴보면 매우 긴밀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숏폼 플랫폼은 한계가 있겠지만 현재보다 좀 더 성장할 것이고, 경제 침체와 인구론적인 위험 양상으로 현대인의 스트레스 또한 단기간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 더 인내를 기르는 연습을 하는 게 장기적으로 좋겠죠. 틱톡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도파민 디톡스를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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