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논란과 미디어의 세대교체 : 내 집중력이 퇴화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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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사회

문해력 논란과 미디어의 세대교체 : 내 집중력이 퇴화하는 이유

by 솔타 2023.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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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문해력은 평균 이상입니까


책을 읽다가 갑자기 정신이 산만해 진 적이 있는가?

'문해력'이라는 말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심심한 사과'의 뜻을 잘못 이해하거나, 3일을 의미하는 '사흘'을 4일로 받아들이는 등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데서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문해력이란 글의 의미와 뜻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소위 이런 논란들은 유저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창조논란일 때가 많습니다만, '이 단어를 모르는 것은 상식 부족인가 아닌가'라는 글의 내용을 필두로 찬반논쟁이 오래 이어지더군요. 급기야 청년층, 청소년층의 문해력에 대해 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몇 년 전에는 '난독증'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그 후에는 '실질 문맹'과 '활자 중독', 그리고 현재가 '문해력'이라는 단어가 그 순서를 따르고 있는 것 같군요. 개인적으로 모든 현상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간략하게 현 상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BS 문해력 테스트

EBS에서 성인 문해력 테스트를 응시할 수 있다

EBS에서 <당신의 문해력+>을 제작하면서, 성인 문해력 테스트를 만들었습니다. 15문제로, 저는 20분동안 풀었습니다. 해석 자료가 있으니 컴퓨터로 풀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내가 평균 이상인지, 이하인지 알아보는 건 언제나 흥미를 유발하니까요.

 

 

[EBS 성인 문해력 테스트]

 

문해력 테스트

문해력 테스트

literacy.ebs.co.kr

 

15개 중 11개를 맞혔다

저는 긴 글을 큰 어려움 없이 빠르게 읽고, 책을 자주 접하는 데도 11개를 맞혔습니다. 자기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 테스트는 성인 수준에 맞는 어휘를 선별해 출제한 것으로, 2022년 9월 기준 20~40대 성인의 평균은 9개라고 합니다. 100점 만점 환산 시 약 60점입니다.

 

정답 개수가 14~15개인 경우는 '매우 우수한 어휘력', 11~13개는 '우수한 어휘력'이라고 합니다. 우수한 어휘력의 경우 신문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중 서적을 쉽게 읽어낼 수 있는 기대수준입니다. 8~10개인 경우는 '보통 수준의 어휘력'으로, 기본적인 서류문서를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으나 전문적인 분야의 글에서는 어려움이 따르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테스트에 온전히 집중하셨습니까?

직접 겪은 흥미로운 현상은, 15개의 문항을 푸는데도 집중력이 다른 곳으로 튄다는 점이었습니다. 문제를 읽으면서 '내가 왜 이걸 풀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더군요. 문해력 이야기는 사실 남일이 아닙니다.

 

저 또한 길고 복잡한 내용, 생소한 단어가 들어간 글을 해석할 때 집중력이 다른 곳으로 튀어나가는 현상을 겪고는 합니다. 이전보다 빈번히 발생하는데, 이유를 간단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문해력, 난독증, 집중력, 도파민 분비 체계, 활자중독, 실질 문맹, 독서율 저하, 3줄요약좀, 좋은 글이네요 하지만 읽지 않았습니다, 숏폼 콘텐츠,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가짜뉴스, 확증편향, 맞춤법 상식논란 등이 모두 연관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글을 몇 개로 나눠 조금씩 설명해 보겠습니다.

 

왜 그럴까?

 

집중력 한계 시간의 단축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치가 점점 짧아진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는 스마트폰에 의한 자극입니다.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온갖 미디어와 자극이 시각으로 들어오는데, 활자로 된 긴 글은 훨씬 자극이 덜합니다. 원래 있다가 없으면 더 빈자리가 큰 법이라 짧은 시간에 다양한 자극에 익숙해지면, 상대적으로 읽는 데 노력이 더 필요한 글은 재미가 없어지게 되죠.

 

스마트폰 자극에 의한 뇌의 영향을 다루는 연구와 논문, 기사는 많지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간단하게만 언급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극에 반응하는 뇌의 보상중추 회로입니다.

 

뇌의 보상회로 모형 (출처 : 조선비즈)

뇌의 보상중추, 쾌락중추라고도 하는 보상회로(Reward circuit)은 특정 행위를 반복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시스템입니다. 보상회로는 중뇌의 복측 피개 영역과 전두엽 내측 전전두엽, 중격측좌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정 행위를 수행함으로써 이 보상회로를 자극하게 되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도파민은 음식 섭취, 유희와 같이 생존 또는 기쁨, 즐거움과 같은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됩니다. 이렇게 뇌를 자극하던 도파민이 계속 분비되다가 어느 순간 그 양이 뚝 줄어들면 불안함, 초조함과 같은 심리 및 신체적 금단현상이 발생하게 되죠. 그리고 보다 더 많이, 자주 그 행위를 수행하려는 중독 현상에 빠지게 됩니다.

 

스마트폰은 일상 속에서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강한 자극입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트렌드, 오감을 자극하는 이미지와 영상, 머리를 식히는 이야깃거리, 온갖 유용한 정보들을 손짓 몇 번에 얻을 수 있죠.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밌습니다.

 

 

미디어의 세대교체는 현재 진행중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스마트폰을 통해 미디어가 글에서 이미지, 영상으로 세대를 교체하면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사고 체계 또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자, 활자, 문해력을 언급하는 것이 이미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층에게는 사고를 제한하는 잣대일 수 있다는 평가 또한 존재합니다.

 

이미 정보를 받아들이는 세대가 영상매체에 가장 익숙한데, 책을 읽으라고 권장한다고 과연 그게 효과적일 것이냐는 의견이죠. 더군다나 영상의 길이는 점차 짧아지고 내용은 자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쇼츠나 릴스, 틱톡과 같은 숏폼 콘텐츠가 바로 그 예입니다. 약 15초 이내로 승부를 보는 영상매체들입니다. 다른 말로, 15초 이내로 내가 원하는 보상이 주어진다는 뜻입니다.

 

 

결국 논란의 종결 지점 : 낮은 문해력과 짧은 집중력의 세대가 사회업무에 잘 적응할까

청소년층뿐만 아니라 청년층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활발하게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세대인 만큼, 트렌드에 민감하고 콘텐츠를 소비하죠. 젊은 세대가 짧은 미디어를 익숙하게 소비하는 것이 왜 이렇게도 논란인가 하면, 사회는 이들을 키워서 나라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잘 구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인력으로 키운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많지 않고, 국토 면적에 산이 많아 1차 산업으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도 못 됩니다. 따라서 믿을 건 사람 한 명 한 명의 생산성과 지적 노동력이죠. 미디어와 이를 받아들이는 젊은 인구의 사고체계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산업 현장의 업무 양상은 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느립니다. 이들 세대가 사회의 생산 인구로서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고심하게 되는 것이겠죠.

 

또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계약 업무들은 전문적인 용어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부동산 계약, 대출, 보험, 금융거래의 서류들은 복잡하고 전문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가 다양화되고, 다원화되고, 법의 그물망을 촘촘히 만들기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 짚어주고 있으니 복잡할 수밖에 없죠. 서류를 이해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정치문화, 사회경제적으로 여러 여파가 예상됩니다만 여기서는 이 정도로만 짧게 언급하겠습니다.

 

 

마치며


이번 포스팅은 문해력에 대해 풀어나가는 글이지만 실제로는 문해력, 난독증 논란들은 집중력, 짧은 자극, 뇌의 보상회로와 깊게 연결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는 점점 짧아지고 강렬해지며, 당분간 이 추세는 역행할 것 같지 않습니다.

 

점차 짧아지는 숏폼 콘텐츠, 3줄요약, 상식 논란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어지는 포스팅에서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료 출처 : 

EBS 보도자료 <평균 점수 60점, EBS '당신의 문해력+' 어휘력 검사 결과 공개>

정신의학신문<[뇌과학]스마트폰은 우리 뇌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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