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비디오 중독이 문해력을 저하시킨다
교사들이 꼽는 청소년층의 문해력 저하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에 익숙해진 것, 두 번째는 독서 시간의 감소입니다.
어휘와 문맥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문해력을 기르는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이 독서처럼 다양하고 넓은 분야의 글을 접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짧고 자극적인 영상 매체가 등장하며 청소년층, 그리고 청년층이 독서에 들이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죠. 오늘은 더욱 짧은 숏폼 비디오 플랫폼과 그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숏폼 비디오 플랫폼 3대장
숏폼 비디오 플랫폼으로 가장 유명한 3가지를 꼽는다면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틱톡(TikTok)
중국의 IT기업인 바이트댄스에서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SNS앱으로, 15초~10분 사이의 짧은 동영상을 제작하고 온라인에 공유할 수 있습니다. 쉬운 영상편집과 넷상 업로드로 인기가 상승하며, 2022년 미국 내 온라인광고 매출 1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광고계의 거물인 구글이나 메타보다는 적지만 트위터, 스냅챗보다는 높은 매출이죠.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
유튜브 쇼츠는 유튜브를 인수한 구글이 틱톡과의 경쟁을 위해 출시한 숏비디오 플랫폼입니다. 유튜브에 길이 1분 이하인 영상을 등록할 경우, 자동으로 쇼츠로 등록됩니다. 기존 쇼츠 영상에는 광고가 붙지 않았으나, 2023년 2월부터 쇼츠에 광고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인스타그램 릴스(Instagram Reels)
인스타그램은 메타(구 페이스북)가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릴스 역시 메타가 틱톡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짧은 영상 서비스입니다. 인스타그램 앱 내에서 15초~30초 내에 짧은 영상을 릴스로 공유할 수 있습니다. 릴스 역시 광고를 도입하여 스폰서드('Sponsored') 표기를 남기고 마케팅 측면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짧아지는 미디어, 낮아지는 문해력
위 도표는 OECD에서 2018년 조사한 세계 각국 학생들의 디지털 문해력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X축은 정보 주관성과 편향성에 대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비율이고, Y축은 인터넷상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별할 수 있는 학생들의 비율입니다.
한국은 OECD평균 이하로 특히 사실과 의견 구분이 가능한 학생 비율에서 최하위 수준인 25.6%을 기록했습니다. 4명 중 1명만이 인터넷상의 내용 중 사실과 의견을 제대로 분리하여 이해한다는 것인데, 조금 충격적이네요. 이 결과는 단순히 한국 청소년 계층만이 아니라, 유튜브를 즐겨 사용하는 20대부터 50, 60대의 중장년층까지도 별다를 바 없으리라 예상합니다. 온라인상의 가짜뉴스가 퍼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죠.
이 글의 핵심 : 숏폼 비디오 중독이 문해력을 저하시킨다
의미를 생각하고 사고력을 기르는 능력은 독서, 신문처럼 양질의 글을 흡수하는 데서 가장 크게 길러집니다. 생소한 용어의 의미를 추론하고 직접 찾아보거나, 토론처럼 자신의 의견을 교환하는 활발한 소통은 사고를 확장시키고 시각을 넓힙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가장 큰 취미활동으로 손꼽히는 영상 시청이 독서활동을 대체했죠. 이것이 문해력 저하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영상은 글보다 훨씬 담고 있는 메시지가 풍부하고 자극적입니다. 텍스트로만 되어있는 전문적인 내용을 풀어 설명해 주니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정해진 영상 시간 내로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야 하는 제한이 있는 만큼, 영상매체는 쉽고 간결한 단어와 구어체를 사용합니다. 여기 익숙해진 사람들은 정제된 글이나 책의 문장을 꺼려하거나 선호하지 않게 됩니다.
이전 글에서 뇌의 보상회로, 쾌락중추와 도파민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영상의 강렬한 자극으로 분비되던 도파민이 어느 순간 영상 시청을 자제하며 감소하게 되면, 강한 금단 현상이 나타나게 되죠. 금단 현상을 견디지 못하면 다시 중독적인 영상 시청으로 이어지게 되는 악순환입니다.
숏폼 비디오가 먼저인가, 문해력 저하가 먼저인가 하는 논제는 닭과 달걀의 문제 같은 것입니다만 짧은 영상 매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문해력 저하를 폭발적으로 가속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맞춤뻡 틀리면 외않되? 그게 외 상식인데?
맞춤법은 한글 자음, 모음을 국어로 올바르게 표기하는 규범입니다. 온라인상에서는 문해력 논란과 함께 맞춤법 상식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몇몇은 의도가 다분하게 웃음을 유발하는 고의적 실수이지만, 실제 맞춤법을 제대로 표기하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한글 맞춤법은 원체 복잡하고, 여러 형태가 있으며 단순 발음으로만 구별하기 어려운 활용 형태들이 존재합니다. 한글 맞춤법이 원래 어렵습니다. 받아쓰기 교육을 유년기에 시키는 이유가 있죠. 또한, 여러 사유가 있겠지만 저는 정제된 글을 접하는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문, 출판된 책은 교정 교열작업을 마치고 검토 후 세상에 나오기 때문에 문법적으로 잘 써진 글입니다. 이처럼 정제된 글을 자주 접하고 눈에 익숙해지면 맞춤법 사용에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의 발전으로 텍스트의 수가 늘어나고, 글보다 영상매체로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직접 정제된 활자를 접할 기회는 적어집니다. 본인이 자주 접하는 형태에 익숙해지면서 그것이 올바른 형태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맞춤법 상식 논란도 이와 같은 연장선상입니다. 항상 이러한 글은 '맞춤법 정도는 제대로 알고 쓰는 게 당연하다 VS 잘 사용하지도 않는 단어인데 모를 수도 있는 거 아니냐'의 반응으로 도돌이표를 찍습니다. 이는 단순한 넷상의 반응이 아니라, 영상 매체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계층과 그 외 계층의 갈등의 시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숏폼 비디오의 스타트를 끊은 틱톡은 2016년 9월에 출시되었습니다. 출시한 지 채 7년도 되지 않아 거대한 미디어들을 숏폼 플랫폼으로 정복했죠. 짧은 비디오 내 챌린지, 마케팅, 춤, 노래, 여러 콘텐츠들은 이미 소셜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문화는 반드시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영향을 미치죠.
다음 포스팅은 짧은 비디오, 숏폼 콘텐츠가 현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문해력 논란과 미디어의 세대교체 : 내 집중력이 퇴화하는 이유
당신의 문해력은 평균 이상입니까 최근 '문해력'이라는 말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문해력이란 글의 의미와 뜻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심심
saltedtime.tistory.com
자료 출처 : 중앙일보<“선생님 정의가 뭐예요?” 학생들 독서 안 해 문해력 70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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